Seochon Brand Week - Exhibition Interview


서촌의 옥상에서 그린 삶의 풍경


김미경 작가

작가 소개
2014년, 27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쉰네 살에 전업 화가가 된 '서촌 옥상화가'. 전문 미술교육 없이 스스로 성장한 그는 서촌의 풍광을 펜으로 그리며, 《브루클린 오후 2시》(2010), 《서촌 오후 4시》(2015)를 출간했고, 세 차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옥상에서 서촌 풍경을 펜으로 그리며 ‘서촌 옥상화가’로 겸재 정선 부럽지 않은 세 번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살든 듣고 생각하고 춤추고 고민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들을 계속 그리며 쓰고 싶은 것이 마지막 꿈인 김미경 작가를 소개합니다.


책 소개
솔직하고 유쾌한 삶을 펼쳐 보였던 저자이자 ‘무면허 옥상화가’로 불리며 뒤늦게 꿈을 이룬 김미경의 두 번째 산문집입니다. 서촌은 저자가 20대 시절 자취했던 곳이자 미국에서 돌아와 집과 직장을 갖게 된 곳으로, 시간과 기억이 응축되어 있는 곳이자 지나온 삶과 미래의 꿈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4시는 저자의 인생 시간입니다. 서촌의 사계절을 세 번 보내고 배우게 된 생활 속 깨달음들이 마치 인생의 사계처럼 반짝입니다.
※ 위 콘텐츠는 서촌 브랜드 위크 기간 중 오프라인 전시로 소개되었습니다.

Q.
서촌의 옥상 화가로 잘 알려져 있으신데, 서촌의 옥상을 배경으로 작품을 그리시게 되신 계기와 표현하는 기법 중 펜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미경 : 화실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되던 시절,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거리보다는 옥상이 훨씬 조용하고 아늑했어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쓸 수 없는 사방이 뻥 뚫린 자연 화실이지만, 그곳에 머물다 보니 인왕산과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서촌의 아름다운 풍경이 모두 내 화실이 되었어요. 펜은 가까이 있던 펜을 들었을 뿐이에요. 20여 년 기자 생활의 경험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네요.


Q.
서촌에 거주하시면서 흥미로웠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미경 : 2014년 2월, 한겨울 추위가 매서운 날, 화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직후였어요. 스케치북을 들고 추운 날씨 속에 저 자신에게 시위라도 하듯 동네로 나섰죠. 한옥 골목 입구에서 '입춘대길'이 적힌 대문에 마음이 끌려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한 시간쯤 지났을 때, 한 남자가 골목을 지나 대문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쟁반에 한과와 따뜻한 보리차를 담아 나왔어요. “추운데 드시면서 그리세요.” 그 따뜻함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그 남자는 서촌 '홍반장' 김성준 씨였고, 이후 동네 친구가 되었죠.


Q.
서촌에서 책 읽기 좋은 장소 혹은 책과 함께 하는 산책코스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김미경 : 인왕산 숲속쉼터와 윤동주문학관을 추천드려요.


Q.
서촌은 김미경 작가님께 어떤 영감을 주고 있나요?

김미경 : 서촌은 가장 '나'다운 모습이란 무엇일지, 진정 나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요. 인왕산과 북악산의 품속에서 살아가며, 제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늘 느끼게 됩니다. 바람 한 점, 나뭇잎의 떨림까지도 모두 나와 연결된 것처럼, 자연의 한 조각으로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곱씹게 돼요.


Q.
예술가라는 과감한 발걸음을 내딛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도전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은 어땠나요?

김미경 : 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제 여정은 단순했어요. 매일매일 그리는 것.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건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꾸준히 그려나가는 것이었죠. 매일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니며, 그 속에서 영감을 얻고, 하루도 빠짐없이 펜을 들었어요. 그렇게 매일 그리는 것이 제 유일한 길이었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만이 제가 선택한 방법이었어요.


Q.
서촌이라는 지역은 화가님에게 있어서 삶의 공간이자 작품에 있어서 도화지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가님 작품에 서촌의 어떤 모습(순간)을 담고자 하셨나요?

김미경 : 처음부터 서촌을 그려야겠다고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보이는 대로, 좋아서 그리기 시작했죠.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이 그리웠고, 특히 서촌에 남아있는 한옥들, 가까이 펼쳐진 인왕산과 북악산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시화 속에서도 자연과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서촌이 너무 좋아 자꾸만 그리게 되었습니다.

Q.
옥상에서 바라본 인왕산과 한옥의 풍경을 처음 접한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해 주셨는데, 이때의 감정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그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싶나요?

김미경 : 2012년, 7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인왕산 가까이에 직장과 집을 구했어요. 처음 옥인동 아름다운재단 옥상에 올랐을 때, 인왕산 아래 기와집들이 병풍처럼 펼쳐진 풍경에 숨이 멎을 듯 황홀함을 느꼈어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곳곳 옥상에 올라, 인왕산과 그 아래 뒤섞인 기와집과 주택들을 스케치했어요. 땅에서는 볼 수 없는 그 스펙터클한 풍광은, 마치 내가 겸재 정선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주었고, 볼 때마다 새로웠어요.


Q.
 <서촌 오후 4시>책을 통해 변화를 두려워하고 즐기지 못하는 삶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김미경 : 변화하고 싶은 방향으로 매일 조금씩, 꾸준히 무언가를 해나가는 거예요. 1~2년 안에 큰 변화를 기대하지 말고,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매일 한 걸음씩 뚜벅뚜벅 나아가는 거죠. 작은 노력들이 쌓여 어느 순간, 내가 그리던 변화에 도달해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