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Brand Interview


15년의 손길이 닿은
서촌의 작은 쉼표:
청운 자동차 공업사


유원식 대표님

필운대로 33
청운 자동차 공업사

서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이 동네에 수많은 이야기가 스며 있습니다. 오랜 골목의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그곳엔 세월을 품은 작은 공간들이 보입니다. 자동차 한 대가 그곳에 닿으면 삶의 흔적이 더해지고, 그곳을 지키는 이는 그저 하루의 일을 묵묵히 해내며 고요한 시간을 쌓아갑니다. 오늘 우리는 서촌의 청운 자동차 공업사에서 1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원식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자동차 정비사로서의 삶을 일군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서촌이 품고 있는 느긋한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느끼게 합니다.

유원식 대표님
유원식 대표님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원식 : 네, 저는 청운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는 유원식입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 넘었네요. 처음엔 서촌에 정착할 거란 생각 없이 왔었는데, 어느새 이곳이 제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Q.
15년이라니, 참 긴 세월이네요. 처음 서촌에서 정비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유원식 : 사실 처음엔 강남에서 20년 넘게 일했어요. 그러다가 종로에 와서 정비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종로는 워낙 전통 있는 지역이라 조금은 이질적이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막상 와 보니 이 동네 사람들은 따뜻하고 정이 많았어요. 서촌 특유의 정취도 좋았고요. 덕분에 저도 서촌에 정착하게 된 것 같네요.


Q.
서촌의 변화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아요. 처음 오셨을 때와 지금, 어떤 점들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유원식 : 처음 서촌에 왔을 땐 한옥이 많고 아주 조용했어요. 요즘은 카페도 많이 생기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졌죠. 거리에 활기가 생긴 건 좋지만, 예전의 한적함이 사라져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라 마음이 놓여요.


유원식 대표님
유원식 대표님
Q.
정비업을 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 있으신가요?

유원식 : 아무래도 고객이 맡긴 차가 큰 재산이잖아요. 그래서 그 차를 내 차처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는 게 중요해요. 차가 고장이 나면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을 고쳐 드리려고 합니다. 간단해 보이는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복잡한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다가가요. 그게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Q.
정말 깊은 신념을 가지고 일하고 계시네요. 그러다 보니 고객과의 소통도 중요할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유원식 : 네, 맞아요. 서촌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다양한 손님을 만나게 되는데요, 특히 동네 아이들이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으러 오는 일이 많아요. 자전거 수리점이 없어서인지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자전거나 축구공을 들고 오곤 해요. 바쁜 날이라도 아이들이 와서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할 때면, 작은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아요. 이 동네에서 작은 쉼표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Q.
서촌에서 작은 쉼표라니, 정말 아름다운 표현이네요. 대표님께서는 15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계신데, 이렇게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원식 :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온 덕분인 것 같아요. 자동차 정비라는 일이 저와 잘 맞고,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들 좋은 분들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고객과의 신뢰라고 생각해요. 제 손길을 믿고 맡겨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그 신뢰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평소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유원식 : 사실 특별한 루틴은 없어요. 다만 아침부터 차분히 하루를 시작하고, 고객들이 맡긴 차량을 한 대 한 대 정성스럽게 정비합니다. 일이 끝나면 서촌 거리를 한 바퀴 걷곤 하는데, 그때마다 이곳에서 일하는 기쁨을 느껴요. 일요일엔 산행도 하고, 친구들과 운동도 하면서 한 주를 정리합니다.


Q.
마지막으로, 서촌에서 청운 자동차 공업사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유원식 : 서촌에는 자동차 정비업소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저는 이곳이 이 동네 사람들에게 믿음직한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작은 불편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곳,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친근한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서촌이라는 동네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게가 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인터뷰 제작 | 로컬루트 @localroot.co
(글 : 김민하 / 사진 : 마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