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Brand Interview


구두에 깃든
서촌의 기억 :
코리아나 화점에서 만난
삶의 발자국


정연수 대표님

자하문로7길 68-2
코리아나 화점

서울의 옛 골목, 서촌의 한켠에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가게들이 있습니다. 도시의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오랜 이웃이 된 이들, 그중에서도 서촌의 신발 수선과 맞춤 제작의 명소인 ‘코리아나 화점’을 운영해오신 정연수 사장님을 찾아갑니다. 1980년, 이곳에 처음 가게를 사장님은 구두와 운동화, 그리고 수많은 손님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묵묵히 함께해온 분입니다. 코리아나 화점은 단순히 신발을 고치는 곳이 아니라, 서촌 주민들과의 인연과 기억을 함께 이어가는 작은 사랑방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정연수 님이 이야기하는 코리아나 화점과 서촌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정연수 대표님
정연수 대표님
Q.
사장님, 안녕하세요. 이곳 서촌에서 44년간 가게를 운영해 오셨다고 들었는데요, 코리아나 화점을 처음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이곳에서 시작하게 되셨나요?

정연수 : 처음에 제가 서울에 올라온 건 1973년이었어요. 그때는 상봉동, 망우리를 거쳐 이곳 서촌에 왔죠. 처음엔 ‘서울화점’이란 이름으로 가게를 열었어요. 그땐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고, 한옥이 늘어선 조용한 동네였죠. 1986년 아시안게임 때 ‘코리아나’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상호를 ‘코리아나 화점’으로 바꿨습니다. 외국에서도 알려진 이름이기도 했고, 좀 더 세련된 느낌이 들어서였어요. 그렇게 ‘코리아나 화점’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됐고, 어느덧 44년이 지났네요.


Q.
코리아나 화점은 신발 수선뿐 아니라 맞춤 제작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신발들을 제작하셨나요?

정연수 : 예전에는 직접 남성용 구두와 워커, 등산화를 맞춤 제작했어요. 손님 한 분 한 분을 위해 신발을 만들어주면서, 수선을 넘어서는 만족을 드리고 싶었죠.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대외활동이 많아서 정장용 구두나 워커가 유행이었어요. 기성 제품이 많아지기 전까지는 수제화를 많이 찾으셨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촌의 이곳에서 제 손으로 신발을 다듬고 수선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맞춤 제작은 드물어졌지만, 오랜 단골들이 맡겨주시는 신발은 여전히 제 손으로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있어요.


Q.
서촌의 변화 속에서도 코리아나 화점이 한결같이 자리해온 데에는 대표님의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한 자리를 지켜오실 수 있었을까요?

정연수 : 꾸준함과 성실함이죠. 돈보다도 손님을 위한 성의가 우선이었습니다. 신발을 맡기러 오셨다가 잠시 쉬어가는 손님들을 보면 참 흐뭇하죠. 어떤 분들은 멀리 이사 가셨다가도 다시 찾아와주세요. 단골이 된 분들은 신발 수선도 맡기지만, 때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러 오시기도 해요. 그저 손님들에게 편안한 사랑방 같은 가게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성의를 다해 신발을 수선하고 때로는 간단한 서비스도 덤으로 해드렸죠. 이런 소소한 정성이 지금까지 이어온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요즘 서촌은 카페와 빵집도 많이 생겼죠. 코리아나 화점이 자리한 이곳도 많은 변화를 겪었을 것 같은데, 과거와 비교하면 서촌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정연수 : 예전엔 여기가 참 한적하고 조용했어요. 서촌엔 한옥이 많아서 마을처럼 느껴졌죠. 요즘은 카페와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사람도 많아지고 골목도 복잡해졌어요.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다 보니, 분위기도 달라졌죠. 그래도 서촌은 여전히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곳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코리아나 화점은 제 자리를 지키며, 변치 않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고 있어요. 이런 서촌이 참 고맙죠.


정연수 대표님
정연수 대표님
Q.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코리아나 화점은 이곳 서촌에서 마치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사장님께 서촌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연수 : 서촌은 제 삶의 터전이자, 가족 같은 곳이에요. 오랜 세월 동안 여기서 일하고, 이곳에서 손님들과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제게 서촌은 그저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연이 쌓이는 공간이에요. 저에게 서촌이란, 제 삶을 함께해온 동반자 같은 곳이죠. 단골 손님들도 이곳에서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촌을 찾는 젊은 손님들도 잠시라도 추억을 남기고 가기를 바라요.


Q.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께서 코리아나 화점이 서촌에서 어떤 가게로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정연수 : 코리아나 화점이 서촌에서 가장 오래된 신발가게로, 그리고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젊은 분들도 와서 신발을 사가고, 단골 손님들은 옛날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 되었으면 해요. 저는 이곳에서 여전히 손님들을 맞이하며 작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서촌의 따뜻한 추억 한 켠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가게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인터뷰 제작 | 로컬루트 @localroot.co
(글 : 김민하 / 사진 : 마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