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Brand Interview


조용한 침잠과
쉼이 만든 깊은 맛,
효자왕족발


안덕진 대표님

자하문로 31-2
효자왕족발

효자왕족발의 안덕진 님은 하루하루 가게를 꾸려가며 무덤덤하게 일하는 듯 보이지만, 그 모든 결정과 변화는 혼자만의 깊은 고민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서촌의 조용한 거리를 산책하거나, 때로는 동해 바다를 찾아가는 시간들이 그에게는 중요한 쉼의 순간이죠. 덕진 님은 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하루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며 가게 운영의 지혜를 얻어갑니다. 그리고 그의 고민과 정성은 고스란히 효자왕족발의 맛과 따뜻한 분위기로 전해지죠. 덕진 님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그가 느낀 사랑과 정성을 만나보세요.

안덕진 대표님
안덕진 대표님
Q.
효자왕족발의 시작이 궁금해요.

안덕진 : 1992년 부모님께서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옆에 있던 족발집인 ‘효장족발’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족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마도 부모님께서 그 가게에 마음이 끌리셨던 것 같아요. 그 후로 서촌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아왔고, 저 역시 약 10년 전부터 부모님과 함께 이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체육을 전공해서 다른 일도 생각했지만,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 일을 이어받게 되었죠.


Q.
효자왕족발이 이렇게 오랫동안 서촌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덕진 : 아마도 꾸준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부모님도 그렇고 저도 매일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고, 음식에 신경을 쓰며 노력해 왔거든요.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려고 했던 그 진심이 통했던 것 같아요. 서촌은 작은 동네라서 한번 단골이 된 손님들이 오래도록 찾아오세요. 아이였던 손님이 성장해서 자녀와 함께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 이런 소소한 정성과 노력이 쌓여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부모님께서 강조하셨던 가르침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안덕진 :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맛’이에요. 맛은 손님과의 첫 인상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맛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으려고 해요. 부모님께서도 늘 강조하셨던 부분이고, 그 가르침을 지금도 따르고 있어요. 요리하는 과정에서 손님 한 분 한 분의 취향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죠. 음식뿐만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태도 역시 중요한 가치예요. 부모님께서는 손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소소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셨어요. 맛과 서비스 모두 정성스럽게 대하고자 하는 마음이 저의 가장 큰 원칙이에요.


Q.
손님과의 소통이 큰 역할을 할 것 같은데요. 가게를 운영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안덕진 : 손님들이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말하면서 가게를 떠날 때가 가장 기뻐요. 그 짧은 한마디를 듣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거든요. 매일 새벽부터 재료 손질을 하고 족발을 삶아내는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짧은 한마디가 저에게는 가장 큰 보상이 돼요.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고 웃으면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계속해서 잘 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이 일이 참 보람 있다고 느껴요.


안덕진 대표님
안덕진 대표님
Q.
오랜 시간 서촌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어떤 변화를 느끼셨나요?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안덕진 : 서촌에서 오랜 시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 동네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제 삶도 많이 성숙해졌어요. 서촌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동네예요. 그런 환경 덕분에 일을 하면서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서촌 사람들의 따뜻한 정도 느낄 수 있었죠. 특히 이 동네의 단골 손님들은 가족 같기도 해요. 어린 시절부터 다니던 손님들이 이제는 자녀들과 함께 오는데, 그런 걸 보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닫게 돼요.


Q.
사장님께서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는 ‘쉼’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시는지 궁금해요.

안덕진 : 저는 일 끝나고 조용한 동네를 걷는 시간이 가장 큰 쉼이에요. 서촌은 밤이 되면 아주 조용해지는데요. 그때 혼자 거리를 걸으면서 하루를 돌아보게 돼요. 가게에서 있었던 일들, 손님들과 나눴던 대화들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죠. 일하는 동안은 힘든 일도 무덤덤하게 이겨내는 편이지만 일을 끝내고 혼자 보내는 시간에는 정말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가게 운영 중 어려운 시기가 있었을 텐데요. 힘들 때마다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안덕진 : 가게를 운영하며 부모님과의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그런 때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죠. 그래서 저는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동해로 갔어요. 바다를 보면서 제가 잘못한 점은 없었는지,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그런 시간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바다를 보고 돌아오면 부모님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조금씩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가게도 조금씩 성장해 갔고요.


Q.
손님들이 효자왕족발을 찾아올 때,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시나요?

안덕진 : 손님들이 가게를 찾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잠시라도 여유를 느끼고 싶어서 오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손님들이 잠시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요. 맛있는 음식을 통해 잠깐이라도 행복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효자왕족발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고 싶으신가요?

안덕진 : 저는 크게 욕심내고 싶지 않아요. 이 자리를 지키며 지금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오랫동안 지켜온 맛과 정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요. 변화보다는 전통을 지키며, 손님들에게 익숙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이 자리를 지키면서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가게가 되기를 바라요.

인터뷰 제작 | 로컬루트 @localroot.co
(글 : 박현아 / 사진 : 마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