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통인시장 상인 분들, 오랜 단골 손님들은 돌아가신 어머님을 지금도 많이 기억하고 계시다고 해요. 사람들이 기억하는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요?
정서윤 : 저희 엄마는 이 동네에서도 정말 정성스럽게 음식을 하시는 분으로 유명하셨어요. 정말 친절하고 성실한 분이셨죠. 엄마와 함께 김밥을 만들었던 15년 동안 채칼도 쓰지 않고, 당근과 우엉을 손으로 다 채썰었어요. 제 손가락이 다 상할 만큼 우엉 껍질도 다 벗겨서 20~30kg씩 준비했죠. 김도 후라이팬으로 하나하나 구워서 사용했고요. 엄마는 왜 그렇게 힘들게 하셨는지, 돌아보면 가슴이 아파요. 엄마의 단골 손님들이 지금도 오셔서 그 김밥을 먹고 싶다고 하세요. 어떤 손님은 용산에서 일부러 찾아와서 먹고 가기도 해요. 다른 손님은 파주에서 서울까지 와서 김밥을 사가신 적도 있었어요. 그런 분들이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김밥집이에요"라고 할 때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참 뿌듯해요. 그런 순간에 김밥을 싸는 보람을 느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