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랜 시간 약사로 일 하시면서 수많은 이웃과 손님을 만나셨겠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잊을 수 없는 손님이 계실 것 같아요. 떠오르시는 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정영기 : 많은 분이 기억나는데 특별히 더 기억나는 분이 계세요. 오래전, 의약분업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 노신사분이 치과 처방전을 가지고 오셨어요. 치과에서는 잘 처방하지 않는 약이 처방전에 있어서, 더욱 더 신경 써서 조제하여 드렸지요. 얼마 안 있어 노신사분께서 전화 하셨는데, “약을 제대로 준 것이 맞느냐? 치과에서 약을 잘 못 받았다고 한다.” 라고 하시는거에요. 그래서 분명히 맞게 드렸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서로 언성이 조금 높아졌었어요. 그렇게 논쟁이 있고 난 다음 날, 치과에서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제가 상황을 설명하고 처방전대로 조제한 것이 맞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던 치과 의사 선생님이 자신이 잘 못 처방한 것 같다며, 손님에게 말씀드리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일이 이것으로 일단락이 되고, 그 손님은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요. 부끄러운 일이 있으면 그냥 그 가겐 안 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다음 날, 그 노신사분께서 저희 약국에 오셔서 정식으로 사과하시더라고요. 이날의 일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이런 인품을 가지신 분들이 우리 동네에는 많으신 것 같아,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