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Brand Interview


따뜻한 추억을 굽는

효자베이커리의 38년


유성종 대표님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54
효자베이커리

 “빵으로 추억을 느끼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오세요. 따뜻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효자베이커리의 유성종 님이 전한 이 말에는 가게와 손님들 간의 오랜 따뜻한 관계가 담겨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사랑하던 가게는 이제 자녀 세대까지 이어져,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죠. 효자베이커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유성종 대표님
유성종 대표님
Q.
38년 동안 서촌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효자베이커리의 시작이 궁금해요.

유성종 : 제가 세 살 때 부산을 정리하고 서울로 이사 왔고, '효자빵집'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시작하셨죠. 아버지께서는 이전에 여러 제과점에서 일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고, 청와대 옆 서촌에 가게를 열고 싶다는 꿈이 있으셨어요. 아버지에게는 이곳 서촌에 첫 가게를 여는 것이 큰 꿈을 이룬 순간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시작된 효자베이커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Q.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모습을 어릴 적부터 가까이에서 보셨을 텐데, 그때 부모님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나요?

유성종 : 부모님은 하루 종일 일에만 몰두하셨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시며 헌신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이 힘들어 보였죠. 그때 저에게 이 일은 너무 큰 산처럼 느껴져서, 바로 가게를 이어받기보다는 천천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의 헌신과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봐왔으니까요. 그런데 어머니가 무릎을 다치셨을 때, 아버지께서 가게를 이어받을 생각이 있으면 지금 들어오라고 하셨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가게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그 큰 산을 혼자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산을 걸으면서 그 과정 속에서 풍경을 즐기는 느낌이에요.


Q.
부모님께서 가게를 물려주실 때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유성종 : 부모님 두 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언을 주셨어요. 어머니는 미안해하시면서도,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고 격려해주셨고요. 아버지는 유행을 쫓지 말고 묵묵히 정성을 다하라고 하셨죠. 두 분의 조언 덕분에 가게를 꾸준히 운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빵에 진심이면 고객은 돌아온다"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무리 트렌드가 바뀌어도 진심을 다한 빵을 기억하는 고객들이 언젠가는 다시 찾아온다는 믿음이 큰 힘이 되었죠. 빵의 본질에 충실하면 손님들도 그 진심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Q.
가게를 이어받으시면서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고, 또 앞으로의 바람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유성종 : 처음 가게 운영을 배울 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전국의 오래된 가게들을 함께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1년 동안 여러 가게를 경험하면서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방향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 아내도 큰 도움을 줬고, 가게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죠. 처음에는 유럽에서 본 건강빵이나 유행하는 빵들로 가게를 바꾸고 싶었지만, 장사를 하면서 우리 가게의 정체성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다른 곳을 따라 하기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은 효자베이커리의 정체성을 더 강하게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는 빵의 종류나 모양을 바꾸는 데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효자베이커리를 떠올렸을 때 그 가치를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확립하는 게 목표예요.


Q.
단골 손님들이 효자베이커리를 통해 얻는 쉼과 위안이 클 것 같아요.

유성종 : 맞아요. 예전에 이 동네에 살다가 이사 가셨던 분들이 오랜만에 찾아오셔서 변함없는 가게를 보고 추억을 떠올리며 고마움을 표현할 때가 많아요. 오랜 세월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말을 들으면 저도 참 뿌듯하죠. 이렇게 계속 같은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게 저희 가게의 큰 힘인 것 같아요.


유성종 대표님
유성종 대표님
Q.
반대로 성종 님께서는 어느 순간에 쉼과 위안을 얻으시나요?

유성종 : 오랜만에 찾아주신 단골 손님들을 마주할 때 큰 기쁨과 위안을 얻어요. 지금까지 제가 800명 정도의 단골을 기억하고 있는데 1년, 3년 만에 다시 오신 손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힘이 나죠. 결혼 전에 오셨던 분이 임신해서 다시 오시고, 그 후에 아기를 데리고 찾아오셨을 때 가장 큰 위안을 받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손님들과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느낌이 참 신기하고, 제가 이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큰 힘이 돼요.


Q.
효자베이커리가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성종 : 부모님의 서로 다른 경영 방식이 큰 역할을 했어요. 아버지는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빵을 꾸준히 만들어 오셨죠.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며 묵묵히 가게를 운영하셨고요. 반면, 어머니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했어요. 가게는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많은 이들이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장소가 되었죠. 이처럼 두 분의 철학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효자베이커리가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효자베이커리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유성종 :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신 게 있어요. 손님들이 가게를 나설 때 웃으며 나갔으면 좋겠다고요. 저도 그 마음을 이어받아 손님 한 분 한 분을 기억하면서 친절하게 대하려고 해요. 손님들이 효자베이커리를 떠올릴 때 따뜻하고 친절한 경험을 했다는 기억이 남길 바라요. 이곳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추억을 나누는 장소로 기억됐으면 해요.

인터뷰 제작 | 로컬루트 @localroot.co
(글 : 박현아 / 사진 : 마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