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Brand Interview


세대의 흐름 속에서도
지켜온 쉼의 공간,

뽀빠이 화원


김금순, 송수현 대표님

옥인3길 5-21 1F 101
뽀빠이 화원

이번 인터뷰는 36년 동안 뽀빠이 화원을 운영하며
변하지 않는 가치를 이어온 사장님, 그리고 그 가게를
함께 지켜가는 딸의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꽃을 통해 전해온 성실함은 딸에게 자연스레 이어졌고 그 속에서 사람들에게 쉼의 가치를 전하는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뽀빠이 화원은 단순히 꽃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손님들이 마음을 나누고 쉬어갈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죠.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지혜와 정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쉼과 위로가 되는지를 두 사람 곁에서 가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금숙 대표님
김금숙 대표님
Q.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사장님만의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김금순 : 저희 화원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함께한 분들이에요. 서로 신뢰하고 마음이 통하는 관계죠. 그래서 꽃을 만들 때도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정성을 다해요. 어제도 명절에 오신 단골손님이 계셨는데 그분과는 돈 이상의 신뢰가 오가요. 고객이 저를 믿고 저도 그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만들어요. 이렇게 서로 주고받는 마음이 쌓이다 보니 꽃을 파는 것보다 진심을 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몇 년 전부터는 꽃을 팔기보다는 선물하는 마음으로 나누다 보니 그 기쁨이 배가 되고 있어요. 결국 제 마음을 담아 꽃을 선물하는 것이 진정한 운영 철학인 것 같아요.


Q.
따님에게 가게 운영에 대한 
지혜를 전수해주신 것이 있나요?

김금순 : 사실 따로 가르쳐준 적은 없는데 딸이 저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어느날 딸이 저에게 “꽃은 귀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니까 그 꽃도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또 예전에 이웃 가게가 새로 오픈했을 때 딸이 먼저 그 소식을 듣고 꽃을 들고 가서 마음의 문을 열고요. 그런 모습에서 제가 배운 것도 많아요. 딸은 손님들을 친구와 이야기하듯이 소통하고 관계를 키워나가요. 요즘에는 손녀딸도 자기가 받은 것을 나눠주는 걸 좋아하는 걸 보니 신기해요. 그래서 가게 운영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이어지는 지혜와 마음의 나눔인 것 같아요.


Q.
36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나 쉼이 필요했던 순간은 언제고, 어떻게 그 시간을 이겨내셨나요?

김금순 : 가장 힘들었던 때는 남편이 건강이 안좋아지면서 가게 운영이 어려웠던 순간들이었어요. 그때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지치기도 했죠. 하지만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가게를 놓지 않았어요. 힘들 때마다 신앙의 힘으로 버텼고 그 덕분에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웃들의 응원과 인정도 큰 힘이 됐고 딸이 도와주면서 함께 가게를 꾸려가게 되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시간이 감사로 남아 있어요.


Q.
만약에 가장 힘든 시절 과거의 
나에게 한 달 동안의 쉼을 준다면, 어떤 시간을 마련해 주고 싶으세요?

김금순 : 만약 한 달 동안의 쉼이 주어진다면 그 시간을 여러 번 나누어 쓰고 싶어요. 아이들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또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처럼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라서요. 그때는 항상 장사 때문에 바빴고, 아이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해요. 그래서 한 달을 주어진다면, 그 시간을 나누어 졸업식, 입학식, 스승의 날 같은 중요한 순간들에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요. 그동안 못해줬던 것들을 채우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Q.
그렇다면 사장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김금순 : 사실 저를 위한 시간은 거의 가져본 적이 없어요. 가족을 위해서, 상대방을 위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저만을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특히 여자 동창들과 한 번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거든요. 이번 달 말에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는데, 이번에도 못 나갈 것 같아서 아쉽네요. 그래도 시간이 된다면 친구들과 함께 만나고 소통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만을 위해 조용한 시골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바다를 보거나 공연을 보면서 잠시나마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Q.
지금 사장님께는 어떤 휴식이 가장 필요하신가요?

김금순 : 지금 제게 필요한 휴식은 옆에 있는 반려자 덕분에 얻게 된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젊었을 때는 남편이 스스로 힘들어도 저를 채찍질하며 일하라고 했어요. 손님을 맞이하고 더 열심히 하라고 재촉했죠.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 남편이 몸이 아프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저도 멈추게 되었어요. 지금은 더 이상 바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일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어요. 덕분에 저도 조금씩 쉬어가고 있어요.


이제는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고 남편이 아프니 나도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간호사님들도 저에게 "전부를 희생하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는 만큼만 도와줘야 본인도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공감하면서 이제는 남편과 함께 작은 여유를 느끼고 있어요. 결국 반려자가 힘들어서 멈춘 길을 함께 쉬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송수현 대표님
송수현 대표님
Q.
어머님께 배운 중요한 운영 철학이나 가치가 있나요?

송수현제가 어릴 때 부모님께 배운 가장 큰 것은 꾸준함과 성실함이에요. 부모님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셨고 잠자는 시간도 정말 짧았죠. 그런 모습은 저에게 당연한 일상처럼 느껴졌어요. 쉬지 않고 꾸준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요한 건 꾸준함이라는 걸 배웠어요. 지금도 제 딸과 함께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그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이에요. 이 습관은 저희 가족의 강점이고 저도 딸에게 이 성실함을 물려주고 싶어요. 갑자기 성인이 되어 부지런해지기는 힘들잖아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형성된 이런 습관이 사업에서도 큰 장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Q.
36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세대도 바뀌고 가게의 환경도 변했죠.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나요?

송수현처음엔 세월이 흐르며 변한 것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변하지 않은 것도 많더라고요. 특히 저희 가게는 단순한 꽃집이 아니라 항상 사람들의 정이 넘치는 곳이었어요. 부모님이 운영하실 때부터 이곳은 사람들의 쉼터 같은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단순히 꽃을 사고 가는 게 아니라 여기서 잠시 머물며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손님들이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고 저도 때로는 손님들에게서 힘을 얻기도 해요.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이 변하지 않은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 같아요.


Q.
이 가게가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어떻게 꾸미셨나요?

송수현보통 꽃집은 조금 우아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가진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분위기를 없애고 좀 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게를 집처럼 꾸미고 손님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죠. 저는 예술을 좋아해서 가게 곳곳에 저와 아이가 함께 그린 그림이나 다녀온 전시에서 얻은 영감을 담은 소품들을 전시해뒀어요. 손님들이 꽃을 사러 오는 동안 잠시 문화적인 감성을 충족하며 쉴 수 있길 바랐어요. 단순한 꽃집이 아니라 예술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Q.
어머님께서 딸과 함께 일하면서 일이 더 수월해지고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송수현엄마는 항상 일하시느라 쉼이 없으셨어요. 저도 엄마와 12년 넘게 함께 일하면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죠. 그래서 주일에는 반드시 쉬자고 결심했어요. 하지만 아직도 엄마는 가게 문을 열어야 마음이 편하신 것 같아요. 제가 "쉬어야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자주 말씀드리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시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엄마가 조금 더 쉬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Q.
어머님께 한 달 동안의 쉼을 드린다면 어떤 시간을 마련해드리고 싶으세요?

송수현엄마는 항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기만 하세요. 그래서 엄마도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해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보다는, 전국을 다니면서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이요. 공주에 있는 이모, 부천에 있는 친척을 만나고, 그들과 며칠씩 시간을 보내며 쉬셨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늘 바쁘고 짧은 시간만 여행하시기 때문에, 마음껏 여유를 즐길 시간이 부족하셨거든요. 이런 시간을 통해 정말 편안한 쉼을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Q.
삶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 전에는 꼭 쉼이 있기 마련인 것 같아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기 전에 쉬어가는 여백의 시간이 있었나요?

송수현가게를 처음 시작하고 5년 동안은 정말 열심히 달렸어요. 그러다 29살 즈음 완전히 무너졌죠. 그때는 모든 게 싫어지고 사람도 만나기 싫어졌어요. 일을 놓고 몇 달간 쉬었어요.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가정에서 큰 변화도 겪으면서 저 자신을 다시 찾는 시간이 되었죠. 쉼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고 이후로는 더 큰 쓰러짐 없이 스스로 쉬어가는 법을 배웠어요.


Q.
수현님 자신에게도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할 때가 있으신가요?

송수현네, 있어요. 꽃집은 매년 비슷한 주기로 운영되는데 손님이 없는 시기가 찾아오면 그때가 오히려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그런 시기를 힘들게 버텼지만 이제는 이때가 충전할 시간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5월의 바쁜 시즌이 지나면 6월과 7월에는 휴가를 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해요. 저도 감정적으로 충전이 되어야 손님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몸이 힘들거나 마음이 지치면 잠시 쉬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Q.
다른 사람에게 쉼의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요?

송수현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전해줄 때가 많아요. 특히 20대 초반 친구들이 자주 가게에 오는데 그 친구들에게는 쉬어가는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껴요. 한 번은 조기 졸업한 대학생이 꽃을 사러 왔는데 이제 반학기만 남고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쉬면서 자기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해줬어요. 저도 달리기만 하다가 무너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조언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친구들은 쉬는 법을 잘 모르고 친구나 가족에게도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간에서, 또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이 각자 마주한 상황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싶어요.

인터뷰 제작 | 로컬루트 @localroot.co
(글 : 박현아 / 사진 : 마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