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People Interview


우리 동네는 작고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해요


매동초 6명의 아이들 - 크레스웰 앨리스 · 황지호 · 황혜진 · 최재유 · 박소희 · 박수호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결이 있다. 아주 작은 것,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 이름 없는 돌멩이 같은 것. 어쩌면 서촌이라는 동네는 그런 ‘사소한 반짝임’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에게 가장 아름답게 열리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는 조금 특별했다. 서촌의 오랜 주민들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청년들도 아닌, 매동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섯 명의 아이들—크레스웰 앨리스, 황지호, 황혜진, 최재유, 박소희, 박수호. 이 작은 인터뷰에서 어른들은 배울 점이 많았다. 아이들은 동네를 설명할 때 결코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예뻐서”, “좋아서”, “이상해서”, “고양이가 많아서” 같은 망설임 없는 이유를 내놓는다. 그 단순함이야말로, 우리가 오래 잊고 지냈던 서촌의 진짜 얼굴일지 모른다.

반짝거리는 바닥, 몰래 들여다본 마당, 그리고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는 풍경들

아이들이 서촌에서 처음 발견하는 것들은 대부분 어른들이 지나치던 장면들이다. 앨리스는 어느 날 아빠와 집에 가던 길, 바닥에서 빛나는 유리 조각을 발견했다. 보석이라고 생각해 두 개나 주워 집에 가져갔을 정도로 마음이 설렜다. 황혜진은 집으로 가다 우연히 보게 된 조그만 공간이 너무 신기해서 ‘주인 몰래 들여다봤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이 보기엔 서촌은 늘 새로운 놀이터고, 마음이 반짝이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동네다. 어른들이 너무 익숙해져서 잊고 있던 서촌의 작은 마당·틈새 공간·햇빛 고인 벽돌 틈 같은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모두 ‘첫 발견’이 되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요…” 아이들의 동네 목록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촌의 장소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어떤 친구는 살구꽃이 피면 더 예뻐지는 살구나무 아래를 가장 좋아했고, 어떤 친구는 돌멩이의 색깔이 예뻐서 그 길을 사랑하게 됐다. 소희는 동네 어린이 도서관을 꼽았다. 이유는 “그냥 책이 좋아서”였다. 말은 짧았지만, 그 짧음 안에 아이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재유는 체부동 빵집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그 가게의 ‘할머니’가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고, 예쁘다며 빵을 하나 건네주던 기억 때문이었다. 수호는 집 근처에서 보게 되는 “예쁜 작은 곳들”을 좋아했고, 지호는 고양이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서촌의 시간들은 어른에게는 풍경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감정이 되고 기억이 된다.


카메라를 들면 찍고 싶은 단 한 장의 서촌

아이들에게 “서촌에서 딱 한 장을 찍는다면 어디를 찍고 싶냐”고 묻자, 각자의 세계가 즉시 펼쳐졌다. 앨리스는 고양이를 찍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고양이를 제일 좋아해서.” 지호는 당연히 경복궁을 말했다. 크고 멋있어서. 재유는 엄마 아빠와 함께 갔던 경복궁의 사진을 떠올렸다. 가족이 잘 나온 사진이어서 그 순간이 더 소중했다고 했다. 소희는 어린이 도서관을 찍겠다고 했다.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수호는 학교 운동장을 떠올렸다. 친구들과 뛰놀며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 아이들의 카메라에는 언제나 삶이 먼저 담긴다. 풍경보다 마음의 장소를 더 먼저 선택하는 것, 그것이 아이들만의 방식이었다.


아이들이 바라본 서촌의 고양이들, 골목들, 그리고 좋아하는 가게들

아이들이 공통으로 말한 서촌의 특징은 ‘고양이가 많다’는 것이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많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날이면 더 많이 나타난다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도 곁들여졌다. 이 작은 생명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서촌의 골목 생태계’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가게도 각자 달랐다. 효자베이커리, 온리원 오브젝트, 토리빵집, 체부동 빵집, 그리고 수호의 “엄마 가게”까지. 어떤 가게는 구체적으로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아이들 마음속에는 모두가 ‘따뜻한 장소’로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맛있어서”, “예뻐서”, “할머니가 챙겨줘서”, “그냥 좋아서.” 그 어떤 설명보다 서촌이라는 동네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었다.


인터뷰의 마지막에서 아이들은 서촌을 한 단어로 말해달라는 요청에 답했다. “수영장”, “고양이”, “경복궁”, “도서관”, “빵집”, “우리 집 마당.” 어른이 보기엔 엉뚱해 보일 수 있는 단어들이지만, 그것은 아이들이 서촌에서 가장 먼저 사랑한 풍경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를 묻자, 아이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친구들을 초대했다. “고양이 보러 와”, “우리 집 수영장에 와”, “우리 엄마 가게도 있어”, “같이 놀자.” 결국 아이들에게 서촌은 사랑하는 사람을 초대하고 싶은 동네였다. 누군가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 함께 걷고 싶은 골목, 나만 알고 싶은 작은 가게,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여섯 명의 아이들이 보여준 서촌은 어른이 말하는 서촌보다 훨씬 순하고, 훨씬 더 따뜻했다. 이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서촌의 내일은, 어른들이 지키는 풍경보다 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