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서의 삶은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의 한 장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집이 되는 과정이 된다. 누상동에 집을 짓고 세 식구의 자리를 만든 오은선 님에게 서촌은 처음부터 ‘살기 위해 고른 동네’는 아니었다. 오히려 오래 살던 용산을 떠나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 곳곳의 땅을 찾아다니다, 문득 발길을 멈추게 만든 곳이었다. 친구와 맛집을 찾으러 오던 동네, 전시를 보러 오는 동네는 새집을 지을 장소가 되고, 그렇게 시작된 서촌살이는 어느새 6년의 시간을 품게 되었다. 천천히 집을 짓고, 천천히 사람을 알아가며, 천천히 골목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서촌을 이루는 본질이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가까이서 확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