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원 학생에게 서촌은 ‘집 근처의 학교’ 그 이상의 의미였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이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어느새 다섯 해가 흘렀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는 길목, 반복되는 등굣길과 하굣길, 그리고 그 사이에 만들어지는 작은 장면들이 쌓이면서 그녀는 서촌을 눈에 익은 장소가 아닌, ‘조용히 발견되는 곳’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학생의 시선은 종종 어른들이 지나치는 풍경을 가장 먼저 기억한다. 후문 옆 작은 전봇대, 낮게 가라앉은 상점의 간판, 그 틈새로 스며드는 빛 한 줄기.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평범함이 오래 남는 순간들이 있었다. 채원 학생이 바라본 서촌은 그런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