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People Interview


등굣길의 풍경이
가르쳐준 것들


정채원

정채원 학생에게 서촌은 ‘집 근처의 학교’ 그 이상의 의미였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이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어느새 다섯 해가 흘렀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는 길목, 반복되는 등굣길과 하굣길, 그리고 그 사이에 만들어지는 작은 장면들이 쌓이면서 그녀는 서촌을 눈에 익은 장소가 아닌, ‘조용히 발견되는 곳’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학생의 시선은 종종 어른들이 지나치는 풍경을 가장 먼저 기억한다. 후문 옆 작은 전봇대, 낮게 가라앉은 상점의 간판, 그 틈새로 스며드는 빛 한 줄기.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평범함이 오래 남는 순간들이 있었다. 채원 학생이 바라본 서촌은 그런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후문에서 처음 만난 낯선 장면

늘 정문으로만 다니던 채원 학생은 어느 날 시험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함께 후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익숙한 길만 오가던 일상 속에서 그 골목은 마치 또 다른 서촌처럼 느껴졌다. 작은 상점들, 전봇대, 좁은 길이 이어지며 과거의 흔적과 지금의 모습이 뒤섞여 있었다. 학교 근처에서는 보지 못했던 낯섦이 오히려 마음을 끌어당겼고, 그 순간 그녀는 ‘서촌을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주 사소한 길목 하나였지만, 그날 만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첫 발견이었다.


익숙함 사이에서 이어지는 작은 연결들

채원 학생에게 서촌은 사람들과 깊게 얽히는 장소가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히 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루트가 생기고, 좋아하는 가게가 하나둘 자리 잡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찾는 곳은 시우식당.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편안한 분위기, 익숙해지는 향과 소리. 방학 기간이면 석식이 나오지 않아 식당에서 밥을 먹는 날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이곳은 친구들과의 기억이 쌓이는 장소가 되었다. 특정한 인연이 아니라, 자주 찾게 되는 취향의 연결이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한 장면

만약 서촌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면, 채원 학생은 배화유치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싶다고 했다. 서촌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관광지나 멋스러운 골목을 떠올리지만, 그녀가 발견한 서촌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운동장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목소리, 그 사이로 흔들리는 나무의 그림자, 활짝 웃는 얼굴들. 그 생생한 장면 속에는 ‘이곳에서도 이런 순수한 모습이 있구나’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에게 서촌은 그런 활기와 따스함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오래 남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의 풍경

채원 학생이 서촌에 바라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라는 조용한 바람에 가까웠다. 학교로 향하는 길목에서 마주친 아기자기한 구조물들, 좁은 길 사이로 이어지는 움직임, 익숙해질 때쯤 잊고 있던 디테일들. 그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서촌의 특별함을 이루는 요소였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게 되더라도, 그 아기자기함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랐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도 이 지역만의 결이 흐르는 모습. 그게 그녀가 바라는 서촌의 미래였다.


채원 학생이 서촌을 표현한 단어는 ‘따뜻한 발견’.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특별함이 숨어 있는 장면들. 후문에서 만난 골목, 아이들의 웃음, 익숙한 식당의 불빛, 그리고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조용한 온기. 어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학생다운 감각으로 바라본 서촌은 그래서 더 생생하고 솔직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을 데우는 순간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


그녀에게 서촌은 결국, 평범한 풍경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게 해주는 장소,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의 한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