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People Interview


새벽의 박자를
닮은 삶


최근우

누군가에게 서촌은 오래된 기억이 깃든 생활권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느긋한 산책의 시작점이 된다. 하지만 최근우 님에게 서촌은 조금 다른 의미였다. 그는 이곳을 ‘일터’로 먼저 선택했고, 이후 자연스럽게 삶의 자리를 이동시켰다. 카메라를 들고 하루의 처음과 끝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사람, 빛과 속도의 리듬을 읽는 사람. 그래서 어떤 풍경은 누구보다 먼저 발견되었다.


스튜디오 오프비트를 열며 서촌에 닿았던 그의 첫 시선은 명확했다. ‘이곳에서라면 내가 원하는 박자를 지킬 수 있겠다.’ 서촌을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자신이 어떤 삶을 이어갈지 상상한 뒤 선택한 결정이었다. 그 선택의 시간 속에서 건우 님은 자신이 왜 이곳에 머물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점점 더 선명하게 깨달아가고 있었다.

새벽의 색이 가르쳐준 속도

사진을 하는 사람의 하루는 언제든 시작될 수 있지만, 근우 님에게 서촌의 새벽은 유독 특별한 색을 지녔다. 건물들이 낮게 자리한 지역의 특성 덕분에 하늘은 넓게 펼쳐지고, 산에서 내려오는 푸른빛이 골목의 따뜻한 조명과 만나며 묘한 공기를 만든다. 사람들이 아직 길 위로 나오지 않은 시간, 이른 새벽의 서촌은 잠시 멈춘 듯 고요하다. 그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속도를 찾는다. 너무 빠르지 않게, 너무 느리지 않게.

그가 말한 서촌의 새벽은 ‘푸르스름한 청록빛’이었다. 보랏빛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은은한 초록이 섞인 순수한 파란색. 이 새벽의 결은 그가 이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자, 서촌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일과 삶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리

스튜디오를 열기 위해 도시 곳곳을 살피던 시절, 그는 어쩐지 서촌만은 자꾸 발길이 갔다고 말한다. 화려한 상권이나 잠시 머무는 지역이 아니라, 오래도록 자신의 일을 펼쳐보고 싶은 공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목적이 분명했고, “서촌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미 자기 마음속에 하나씩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일을 먼저 선택하고, 곧바로 집을 이 인근으로 정했다. 업무와 생활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고, 일상의 리듬 또한 조용히 그 자리에 맞춰졌다. 이 지역에서 만나는 많은 소상공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진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를 서촌에 더 머무르게 했다. 파스타 하나에 마음을 쏟는 사람, 커피 한 잔을 위해 매일 로스팅을 고민하는 사람들. 그 진심의 결이 서촌을 ‘서촌답게’ 만드는 힘이라고 그는 말했다.


인연이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방식

일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장면들이 찾아온다. 가게에서 계산을 하고 나올 때 누군가가 “혹시 오프비트 사장님이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순간 같은 것들. 일과 생활이 함께 있는 사람만이 맞이하는 특별한 인연이다. 그는 서촌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꼭 부동산을 연결해주거나, 이 지역의 빈 공간을 알려주거나, 생활권의 장점을 설명하며 “여기 한번 살아보세요”라고 말을 이어왔다. 누군가 이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을 보면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이런 인연들은 서촌의 공기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조각들이었다.


나다움을 유지하게 하는 공간

서촌으로 오기 전의 시간은 빠르고, 치열했고, 늘 긴장 상태에 가까웠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몸을 불사르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서촌을 만난 후 그는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 지역의 안정감, 여러 박자가 한곳에 얽혀 있지만 서로의 템포를 침범하지 않는 분위기,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모습. 그는 이곳에서야 비로소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서촌에서 그 템포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근우 님이 말한 서촌의 한 단어는 ‘안단테’. ‘걸어가듯이, 혹은 적당히 느리게’라는 뜻을 가진 음악의 박자이다. 세상은 늘 빠르게 움직이라고 말하지만, 서촌에 도착하면 이상하게도 걷고 싶어진다. 그 걸음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에 여백이 생기고, 자신만의 호흡이 자리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