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Brand Interview


요리로 기록하는
서촌의 느린 하루


오픈북 | 이혜미 대표님

서촌의 골목은 계절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낮과 저녁의 온도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변한다. 그 흐름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 쌓아온 기술이 아니라, 매일의 공기와 빛을 그대로 받아 안은 일상의 감각으로 브랜드를 이어가는 이들. 오픈북의 이혜미 대표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창으로 들어오는 계절의 온도, 시장에서 마주치는 식재료의 결, 골목에서 들리는 인사 한마디가 자연스럽게 요리의 감각이 되고 수업의 분위기가 된다. 서촌에서 보낸 5년의 시간 속에서 오픈북은 천천히, 조금씩, 이곳의 호흡과 닮아갔다.

느린 길이 안내한 자리

오픈북은 프랑스 요리와 제과를 기반으로 한 쿠킹 스튜디오지만, 혜미 대표가 이름에 ‘요리’를 넣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무언가를 하나로 단정 짓지 않고, 열려 있는 공간으로 남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자주 걷던 서촌은 서울 한복판이면서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이었다. 한옥과 낮은 지붕, 오래된 가게들, 복잡하지 않은 속도. 여러 지역을 고민했지만 마음이 가장 편안히 내려앉은 곳은 결국 서촌이었다.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이곳을 선택했고, 오픈북이 지닌 ‘열린 책장 같은 공간’이라는 의미도 서촌과 잘 맞아떨어졌다.


계절이 먼저 말해주는 요리

이혜미 대표가 서촌에서 가장 크게 발견한 것은 ‘하늘이 보이는 일상’이었다. 층층이 가려진 도심과 달리 서촌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그대로 창 너머로 드러났다.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 갑자기 시원해지는 바람, 저녁이 깊어지며 달라지는 골목의 색. 이 자연의 변화가 메뉴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준다. 프랑스식 레시피를 가져오더라도 서촌 시장에서 만나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며, 똑같은 수업이어도 계절의 감각에 따라 전혀 다른 테이블이 만들어진다. 요리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느끼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된 것 역시 서촌이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요리보다 먼저 오는 여유

오픈북 수업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서촌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 먼저 보이는 건 탁 트인 창과 은행나무의 색 변화다. 대표는 손님들이 이곳에서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경험을 넘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고 가길 바란다. 클래스를 통해 제철 식재료의 맛을 느끼고, 한옥과 골목이 주는 느긋함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요리의 과정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는 것. 오픈북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발견’은 바로 그 조용한 여유다.


서촌 브랜드 위크: 시장과 주방이 이어지는 작은 여행

오픈북은 브랜드 위크 기간 동안 통인시장을 함께 둘러보고 그 자리에서 구한 식재료로 요리를 완성하는 클래스를 연다. 평소 빠르게 지나쳤던 시장의 풍경을 다시 바라보고, 동네의 살아 있는 맛을 직접 재료로 만나는 경험이다. 대표는 이 행사를 통해 서촌을 처음 찾는 사람들이 조금 더 풍성하게 동네를 느끼길 바란다. 나아가 언젠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쿠킹 클래스로 확장해, ‘서촌의 맛과 풍경을 함께 경험하는 수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도 품고 있다.


오픈북이 서촌에서 발견한 단 한 가지의 단어는 ‘느긋함’이다. 도시에 있으면서도 도시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계절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있고,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공기가 있다. 이혜미 대표는 출근길마다 달라지는 하늘을 보며 “이곳이 정말 오래 머물고 싶은 동네구나”라는 생각을 반복한다. 서촌이 지금처럼 느리게, 다정하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동네로 남아주기를. 오픈북의 시간도 그렇게 천천히, 앞으로의 페이지를 넘겨가며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