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Brand Interview


쌀로 빚은 온기,
서촌에 퍼지는
작은 방앗간의 이야기


뮬랭 듀 몽드 | 이선화 대표님

서촌의 아침을 걷다 보면 유난히 부드러운 향이 골목을 따라 퍼지는 곳이 있다. 밀가루 대신 국내산 쌀로 반죽한 빵이 오븐에서 익어가는 순간의 향, 어린아이가 두 손으로 조심스레 식빵을 들고 나오는 장면,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환히 웃는 주인의 마음. 뮬랭 듀 몽드는 그런 ‘따뜻한 순간’으로 완성되는 공간이다. 대표인 이선화 님이 이곳에 뿌리를 내린 지도 어느새 8년이 흘렀다. 부모님의 병을 계기로 시작한 첫 쌀 케이크에서 출발해, 지금은 서촌 주민들이 사랑하는 ‘아기 식빵’의 집이 되었다. 그녀가 서촌에서 발견한 건 단순한 맛이 아니라,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였다. 그 온기를 중심으로 뮬랭 듀 몽드의 이야기는 서서히 펼쳐진다.

쌀로 빚는 마음

부모님의 건강이 기울던 시기, 그녀는 믿고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떡 케이크로 시작했지만,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떡보다 일상에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밀가루 대신 국내산 쌀과 찹쌀만으로 만드는 디저트가 시작됐다. 뮬랭 듀 몽드라는 이름은 ‘모든 사람들의 방앗간’이라는 뜻의 불어에서 왔다.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었던 마음,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안전한 재료로 빵을 만들고 싶었던 초심을 담은 이름이다. 그 초심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대표 메뉴인 ‘아기 식빵’과 ‘아기 카스테라’, ‘아기 치즈 식빵’까지. 소금과 설탕을 넣지 않아도, 오래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이 배어 나오는 이 집의 빵은 그 마음 그대로의 맛이다.


쌀 아이와 동네 아이들

가게 앞에 놓인 작은 ‘쌀 장식’은 이 집의 상징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실제 쌀을 볼 일이 거의 없어, 이 작은 쌀 모형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해하곤 한다. 어떤 아이는 쌀 한 알을 떼어가 보겠다고 엄마에게 조르기도 하고, 유모차에 탄 아기는 식빵 냄새를 맡고 가게 앞으로 손을 뻗는다. 강아지 손님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앉아버리는 곳. 그녀는 그런 장면 하나하나에서 마음이 움직였다. 아이가 좋아하니까 조금 더 부드럽게, 노인이 드시기 편하도록 조금 더 담백하게. 제품이 계속 정제되고 깊어지는 이유도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쌀 냄새처럼 은근히 스며드는 관계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수많은 인연을 만났다. 옆 가게 이웃은 김치 한 통을 담가 가져오며 ‘같이 먹어요’라고 말하던 분이었고, 텃밭에서 직접 키운 상추와 고추를 들고 와 “이거 조금 가져가요”라며 건네는 단골도 있었다. 서촌의 사람들은 늘 그렇게 소박하고 은근하게 마음을 나눴다. 그녀는 그 마음을 쉽게 잊지 못했다. 그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재료가 아무리 비싸져도 바꾸지 않았다. 양을 줄이기보다 늘리고, 품을 덜기보다 더 들이는 선택을 해왔다.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고맙다고 말해주는 순간마다, 제가 왜 여기 있는지 다시 알게 돼요.” 그녀가 이 동네를 오래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사람들 덕분이었다.


8년 동안 서촌에서 일하며, 걷고, 사람을 만나며, 그녀가 발견한 서촌의 가장 큰 보물은 한 단어로 정리된다. 바로 ‘온기’. 쌀로 빚은 빵이 주는 따뜻함,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단골의 미소, 작은 친절이 오가는 순간,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동네의 생기까지. 서촌은 언제나 따뜻함을 품은 동네였다. 뮬랭 듀 몽드의 빵도 그 온기를 닮아 있다. 매일 오븐에서 피어오르는 향과 함께, 이 작은 방앗간은 오늘도 서촌에 담백한 온기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