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Brand Interview


골목을 닮아가는
작업대


베르크타펠 | 류서경 대표님

베르크타펠은 거창한 시작에서 탄생한 브랜드가 아니다. 오랫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해온 그녀는 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왔고, 자연스럽게 시각적 언어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 언젠가는 자신의 작업을 직접 구축해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가방’이라는 일상의 물건에 담긴 가능성을 오래 바라본 끝에 그녀는 처음으로 작업대를 세웠다. 그 작업대의 이름이 ‘베르크타펠’, 네덜란드어로 ‘디자이너의 작업대’라는 뜻이다. 서촌에 첫 매장을 열고, 그녀의 생활 역시 이 골목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분주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가진 동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녀는 가장 브랜드다운 발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서촌에서 찾은 첫 번째 발견 - 골목의 색감

그녀가 서촌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집과 가까워서가 아니었다. 골목을 걷자마자 느껴지는 편안함, 고요하지만 생기가 있는 공기, 그리고 이곳만의 색감이 있었다. 기와의 깊은 회색, 오래된 벽돌의 붉은 톤, 정형화되지 않은 골목의 선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움. 그녀는 이 미묘한 ‘톤 다운’의 아름다움을 베르크타펠의 가방에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브랜드의 컬러 역시 비비드한 색보다 부드럽고 담백한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촌의 색이 그녀의 디자인을 닮았다기보다, 그녀의 디자인이 서촌의 색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에 가까운 과정이었다.


낮은 담장이 만든 관계들

서촌에서 2년 넘게 머무는 동안 그녀는 동네의 연결 방식을 깊게 체감했다. 처음엔 골목 안쪽에 있는 매장이 조금 외롭다고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이웃들이 하나둘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들르던 순간들, 아이스크림을 쥐여주던 동네 어르신, 장을 보고 돌아오다 직접 만든 음식을 건네던 이웃. 담장이 낮은 동네는 단지 건물 구조만이 아니었다. 마음도 담장 너머로 이어졌다. 여름이면 바로 옆집에서 길게 뻗어 나온 포도나무 잎사귀가 매장의 하늘을 채우고, 포도가 익으면 함께 나누는 계절의 기쁨도 생겼다. 그녀에게 서촌은 ‘누군가의 온기가 먼저 건너오는 동네’였다.


가벼운 에코백이 간직한 결

베르크타펠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가방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이런 감각의 에코백 브랜드가 있구나”라고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볍고 편하지만 결이 살아 있는 원단, 어색하지 않게 일상과 어울리는 색감,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옷차림을 완성해주는 실루엣. 그래서 손님들에게 바라는 발견도 단순하다. “한 번 들어봐 주세요. 가볍다는 감각, 원단의 감촉, 색이 주는 안정감. 그 모든 작은 디테일들을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변하지 않는 동네에서 이어지는 작업

브랜드가 성장하길 바라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서촌’을 바란다. 물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서촌이 가진 고유의 정서, 현대와 과거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이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베르크타펠 같은 1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오래 머물며 작업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 느린 속도로, 그러나 단단하게. 그래서 그녀는 서촌 브랜드 위크 역시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조금 더 알려지고, 이 골목 속 다른 브랜드들과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서로의 결이 살아 있는 동네에서 함께 오래 자리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담긴다.


그녀가 서촌에서 발견한 것을 한 단어로 말해달라는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잠시 머뭇였지만 결국 가장 정확한 말을 꺼냈다. “이웃의 미소요.” 단순히 친절함이 아니라, 마음을 먼저 건네는 표정. 그 미소 하나가 그녀의 하루를 밝히고, 매장의 공기를 다정하게 바꾸며, 브랜드의 방향성까지 조금씩 끌어당겼다고 했다. 베르크타펠은 그렇게 서촌의 미소에서 자라는 브랜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