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Brand Interview


사막의 언어가
서촌의 바람을 만났을 때


사라브 |  이은정, 이종엽 대표님

필운대로 1길은  늘 바람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골목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걷고, 가게의 문턱은 낮아 서로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만든다. 새로 생긴 가게도, 오래된 집도, 서로에게 스며들 듯 어울린다. 그 골목의 한가운데에 사라브가 앉아 있다. 낯설지만 편안한 색감, 결이 단단한 테이블, 낮은 대화를 담는 공기의 밀도. 처음 보는 공간인데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는 이곳을 지나가며 잠시 머물고, 누군가는 이곳을 찾으며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는다. 사라브는 그렇게 서촌에 자리 잡은 ‘쉼의 단면’ 같은 공간이다.

사막에서 온 단어가 브랜드가 되기까지

‘사라브(SARAB)’라는 이름은 우연이 아니다. 이은정 대표는 아랍어를 전공했고, 실제로 중동 지역에서 공부하며 지냈던 경험이 있다. 그녀에게 사막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간을 천천히 살아가는 방식과 비현실 같은 풍경을 동시에 품은 세계였다. ‘사라브’는 사막에서 보이는 신기루, 그러나 종종 오아시스를 발견하게 해주는 징후를 뜻한다. 이 단어가 브랜드의 뿌리가 된 이유는 명확했다. 현실의 복잡함 속에서 잠시 머물고 숨을 골라가는 공간. 그런 오아시스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사라브의 브랜딩은 사막에서 가져온 톤과 결을 바탕으로 구성됐고, 이종엽 대표는 그 감각을 맛과 서비스에 녹여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만들어냈다.


빠른 도시 속에서 발견한 느린 마을의 리듬

서울에서의 첫인상은 빠름, 소음, 쉼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런 가운데 종로와 서촌은 유독 다른 결을 가졌다. 시간의 속도가 다르고, 골목의 공기가 다르고, 익명의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마을의 결’이 선명하게 살아 있었다. 그래서 여러 동네를 시장 조사하며 돌아다녔음에도, 마음속에 계속 남았던 곳은 항상 서촌이었다. 특히 필운대로 1길은 관광객이 많지만 동시에 중·고등학생, 대학생, 교사, 주민들이 뒤섞여 있는 특별한 골목이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지도, 지나치게 조용하지도 않은 결. 사막의 고요함과 오아시스의 생동을 모두 담고 있는 듯한 그 분위기가 사라브의 철학과 자연스럽게 닿았다.


‘정(情)’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오아시스

사라브가 서촌에서 발견한 단어는 ‘정’이다. 개인주의가 자연스러운 시대에, 이 골목만큼은 다르게 흘렀다. 옆 가게 사장님들이 먼저 와서 인사하고, 자기 소개를 하고, 서로의 가게를 자연스레 돕는 풍경. 이상서전에서 매주 한 권씩 건네주는 책, 서가원에서 붙여주는 전시 포스터, 골목 회식과 포트럭 모임. 이 모든 것이 두 대표에게는 낯설지만 따뜻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정은 손님들과의 관계에서도 이어진다. 한 달 동안 매일 찾아온 외국인 손님이 귀국 후에도 선물을 보내왔고, 또 다른 손님은 카페를 떠나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그녀는 말했다. “서울에서는 찾기 어려운 요소를, 서촌에서는 매일 발견해요.”


사막에서 발견한 신기루가 오아시스의 징후이듯, 서촌에서 발견한 정은 이 동네가 품고 있는 가장 깊은 생명력이다. 그 정이 이어지는 한, 사라브는 앞으로도 이 골목에서 조용히 빛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기억될 것이다. “서촌에서 가장 작은 오아시스, 사라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