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chon Brand Week - Exhibition Interview


책과 술, 삶의 대화가 흐르는 낭만책방


북살롱 텍스트북

책방 소개
인왕산 자락, 옛 외국인 선교사들의 숙소로 쓰였던 빨간벽돌 건물 2층에 자리한 북살롱 텍스트북은 컨설팅 회사 ‘플랫폼 9와 3/4’이 협력해 운영하는 독특한 서점이자 살롱입니다. 서점지기 1호가 즐겨 마시던 와인 ‘텍스트북’에서 영감을 받아 중의적인 의미로 ‘텍스트북’이라는 이름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어른들의 서점으로, 퇴근 후 위스키, 와인, 맥주를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며 ‘북살롱’이라는 이름을 붙여 '북살롱 텍스트북'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추천 책 소개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입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냅니다. 저자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킬리언 머피는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으며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입니다. 특히 "펄롱은 빈주먹으로 태어났다." 이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위 콘텐츠는 서촌 브랜드 위크 기간 중 오프라인 전시로 소개되었습니다.

사직로9길 22
2층

Q.
독립서점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리며, 서점의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도 함께 소개해 주세요.

인왕산 자락, 옛 외국인 선교사들의 숙소로 쓰였던 빨간벽돌 건물 2층에 자리한 북살롱 텍스트북은 컨설팅 회사 ‘플랫폼 9와 3/4’이 협력해 운영하는 독특한 서점이자 살롱이에요. 처음에는 일과 삶의 ‘전략’을 상징하는 이름과, 조지 오웰이 꿈꾸었던 펍 이름 ‘물속의 달’이 후보로 올랐지만, 서점지기 1호가 즐겨 마시던 와인 ‘텍스트북’에서 영감을 받아 중의적인 의미로 ‘텍스트북’이라는 이름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이곳은 어른들의 서점으로, 퇴근 후 위스키, 와인, 맥주를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며 ‘북살롱’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Q.
독립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독립서점 공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서점에는 햇볕이 부드럽게 드나드는 9개의 창이 있어요. 책이 좋은 이유도 있지만, 풍광이 좋고, 풍경이 아름다워 ‘책며들다’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공간이죠. 그래서 탄생한 모토, "책, 나를 비추다"는 이 공간의 분위기에서 저절로 만들어진 말이라 할 수 있어요.


Q.
서점을 오픈하면서 가장 먼저 입고하고 싶었던 책과 입고한 책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출판사가 나간 자리에 철거를 시작하고 공사를 시작했을 때, 코로나의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기였어요. 그래서인지, 그때 노르망디에서 아이패드로 그렸다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DAVID HOCKNEY, The Arrivals of Spring, Normandy> 원서를 100권이나 들였던 기억이 나요. 처음에는 저희가 컨설팅하며 공부했던 책들을 우선 입고하고 싶었고, 그런 책들이 큰 수요를 얻을 거라는 착각도 있었어요. 결국 그 책들은 나중에 제자리를 찾았지만, 그 당시 우리는 서점을 열기만 하면 모든 게 잘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말이죠.


Q.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큐레이션 되었는지와 서점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뻔한 책이 있나요?

큐레이션은 저희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에요. 소개하고 싶은 책과 고객들이 찾는 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어요. 고정 코너와 유동 코너로 나뉘어 있는데, 이는 새로운 손님과 오래된 친구들이 만나는 공간이기도 해요. 공항의 ‘도착’, ‘출발’, ‘환승’처럼 인생의 어느 지점을 대상으로 한 고정 코너는 조금씩 변화하긴 하지만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위로’, ‘친구’, ‘관심’으로 구성된 유동 코너는 지금 ‘북극성’, ‘다른 삶’, ‘올해 한 권’으로 바뀌어 있죠.


Q.
서점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독자 혹은 고객과의 에피소드는 무엇이 있었나요?

서점을 운영하며 정말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어요. 한강 작가님도 오신 적이 있었죠. 여담으로 저희가 인사드리기 전 확신을 갖고 여쭤보니, 급히 도망가셨던 기억이 나요(웃음). 손님 중에서는 아픈 이야기를 나누러 오신 분도 있었고, 번아웃에 지쳐 오신 분도 계셨어요. 피곤한 얼굴로 잠시 눈을 붙이러 오신 분들도 있어요. 저희는 때로는 음악을 틀어드리고, 때로는 따뜻하게 안아드리며, 어떤 아침에는 하이볼을 대접하기도 해요. 셰익스피어 전집을 사 가신 분들도 꽤 계셨어요. 그 책을 읽기 위해 직접 전용 책상을 제작하셨던 분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Q.
서점에서 열었던 다양한 이벤트나 모임 중 가장 애정이 갔던 이벤트는 무엇이었나요?

사회복지사분들의 모임에서 강의와 대관 요청이 들어왔어요. 공부하는 모임이라 하셔서, 저는 스무 권의 책에서 인생에 대한 문장과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마치 낭독하듯 문장을 읽어드리며, 그 문장 속에 담긴 뜻과 숨겨진 마음을 차분히 나눴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눈물을 글썽이시는 분도 계셨어요. 프로그램에 따라 각자 책 한 권씩을 가져가셨는데, 그 책들이 모두 특별하고 사랑스러웠어요. 서점을 운영하며 책이 누군가의 마음과 깊게 연결되는 순간이 있구나, 그런 생각을 매일 하게 됩니다.


Q.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혹은 독립서점 운영 외에 개인적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책방 오늘>을 운영하시는 한강 작가님도 말씀하셨듯이, 적자를 면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단골이 된 친구들이 하나같이 이런 말을 건네요. “오래 해 주세요.” 저 역시 좋은 책과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지금은 컨설턴트와 서점지기 일을 함께하고 있어서, 다른 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어요. 사실 이 중 어느 것이 저의 본캐인지, 부캐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Q.
서촌은 서점지기님과 독립서점에 어떠한 영감을 주고 있나요?

저는 서촌 근처에서 오래 직장 생활을 했고, 이 건물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9년이 되었어요. 아래 고즈넉한 이 동네는 집처럼 포근하면서도 사색하는 사람들, 서성이는 이들에게 천혜의 요새 같은 곳이에요. 이곳에서 살고, 또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정직한 영혼과 작은 영감을 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 같아요.


Q.
독립서점 운영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장르의 책이 있나요? 그중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서점을 운영하면서 점점 더 좋아진 장르는 '시'에요. 그중에서도 메리 올리버의 시는 이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녔다고 생각해요. 북살롱 텍스트북에는 멀리 낙산이 보이는 큰 창이 하나 있는데, 그 창가에는 "춤을 추고 있을 때는 규칙을 깨도 돼"라는 <천개의 아침>의 한 구절이 적혀 있어요. 이 문장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함께 서점 안을 환히 밝히고 있어요. 입구에는 메리 올리버의 시집들을 모아둔 작은 코너도 마련해 두었어요. 요즘 자주 손에 드는 책은 <개를 위한 노래>인데, 이 시집은 간사한 마음을 다정하게 꾸짖으며, 우리를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요. 그녀의 시는 마치 자연의 고요한 충고처럼,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듯 해요.


Q.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이어진 인연이 있나요? 그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인가요?

서촌에 사시는 번역가이자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의 저자 심혜경 선생님과 점차 친해지고 있어요. 지금은 일본에서 세 달 살이를 하고 계신데, 떠나시기 전날 동네에서 우연히 뵙고는 돌아오시면 여행 이야기를 들려달라 부탁드렸어요. 선생님께서 사회를 봐주신다면 좋겠다고 하시길래, 저도 기쁘게 호응했죠. 지금은 아마 좋은 시간을 보내고 계실 테니 서두를 일은 아니지만, 나중에 책을 선물 드린다면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과 저희 팀이 번역한 <제국의 설계자, 테일러 스위프트>를 드리고 싶어요. 이 책은 저희가 열심히 공부하며 만든 결과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어요.


Q.
책과 함께하는 나만의 산책코스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아침에 출근하면 책은 잠시 두고, 발길을 걷는 데 맡겨요. 우선, 서점을 나와 언덕을 따라 내려가요. 배화여대 정문을 지나 만나분식과 동혁이네김밥집까지 걸어가 좌회전을 해요. 환경운동연합을 지나 백석과 흰 당나귀, 송스키친과 고트델리 서촌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면 서촌스코프를 경유해 다시 길을 빠져나와 종로 마을버스 5번 종점에 이르러요.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성수동 계곡 입구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쉬고, 옥인동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 남산과 시내를 바라보아요. 다시 내려와 오무사를 기웃거리고, 영광통닭을 지나 대충 유원지 건물을 한 번 쳐다본 후 인왕산을 바라보며 다시 돌아오는 루트입니다. 이 길은 자주 걷는 길이자, 아침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빠르게 걸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길이에요. 여러 길을 다니지만, 이 길이 주는 고요함과 여유가 늘 저를 이끌어줘요.